이번주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점심에 해물찜을 먹으러 나갔는데 '쫄복'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다. 잘 말린 쫄복을 찜기에 넣어 쪄서 나왔는데 별미였다. 고급 맥주안주 같았다. 촉촉하고 살도 많은 건어물이 있다니 새로웠다. 이곳에 지내면서 귀한 음식을 또 새로운 음식을 많이 먹는다.
상호명
바다와만남(영흥면 선재리 545-2)
밑반찬으로는 배추김치, 깍두기, 백김치, 양념게장, 갈치젓갈이 있다. 이 중 갈치젓갈에 감동했다. 갈치젓갈이 짜서 가위로 잘게 잘라먹었다. 갈치를 삭혀먹는 것인데, 그 맛이 양념게장의 내장 맛과 비슷했다. 가시가 있어도 억세지 않은 것들은 적당히 씹을만했다. 아무튼 너무 맛있었다. 밥도둑이다. 사업소장님이 갈치젓갈을 한통씩 사주셨다. 집에 가져가서 엄마아빠도 맛 좀 보여줘야겠다.
이번주에는 안전보건 우수사례 발표가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내가 발표를 맡게 되어 ppt와 대본을 준비해서 발표했다. 부상으로 온누리상품권 30만원을 받았다. 봉투가 두꺼워서 다른 게 들은 게 있나 봤더니 만원짜리 서른 장이 들어있었다. 발표 준비로 힘들었던 게 금융치료되는 순간이다.
목요일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금요일에 눈이 온다더니만 비만 오고 이래서야 눈이 오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11시쯤 눈으로 바뀌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은 어른이 되어도 설레나 보다. 사무실 직원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다들 눈을 보고 즐거워했다. 나도 기쁜 마음에 카메라를 들어보았다. 첫눈에 소원을 빌어보라는 동료의 말에 눈을 감고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하얀 눈에 기뻐하며 어느덧 퇴근이다. 유연근무제의 꽃. 금요일 12시 퇴근만을 바라보고 평일 내내 8시에 출근했다. 드디어 금요일 오전근무로 이번주 근무가 끝이 났다. 마침 눈도 그치고 해가 떠서 더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향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데, 이 기쁜 마음을 간직하고파, 사진을 찍어본다. 퇴근 시간이 아닌지라 티맵에 소요시간도 20분 정도 적었다. 집 앞에 주차하고 시간을 보니 1시 40분! 너무 좋잖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지난주에 찍은 사진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사진을 찍었다. 학창 시절에 가봤던 사진관인데, 금요일 오후 시간을 활용하여 새로 사진을 찍는다.(아무리 생각해도 좋다.) 오늘은 지난주에 예매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는 날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위해 위에만 정장을 입고, 밑에는 영화를 편하게 보기 위해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강동원이 직접 무대인사를 하러 온 '천박사' 이후에 첫 영화다.
겨울철에 영화관에 가면 겉옷을 두기 불편하다. 상영관에 들어가 예매 페이지를 보았다. 앞자리가 빈자리다. 겉옷을 걸어둔다.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조금 더 편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가 평점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목을 보고 이 영화를 보면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전쟁 통에서 어린 소년 마히토의 성장일기였다. 영화를 보기 전 한 후기를 읽었는데, 지브리 버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고 하는 이유를 알았다. 아무튼 볼만했다. 영화를 표면적으로만 봐서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만한 점을 찾지 못했다. 지브리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대들은~'영화 팜플렛을 하나 가져가고 싶어서 찾았는데 없었다. 직원에게 포스터를 얻을 수 있냐 했는데 예매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직원은 티켓 화면을 확인하고 주섬주섬 포스터를 건네주었다. 오잉? 포스터다! 팜플렛은 없다고 했다. 포스터를 주기도 하는구나. 두 장을 받아왔다. 이런 것도 받을 수 있구나 싶었다.
아직 11월이지만, 백화점은 이미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주는 효과는 컸다. 마치 당장 다음주가 크리스마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마침 3,000원을 결제하면 사진을 찍어주는 자동사진기계가 있었다. 마치 네컷사진처럼 말이다. 머리를 써서 사람들의 심리를 잘 예측한 사례로 보인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오늘은 방에서 먼저 새천년건강체조, 팔굽혀펴기를 했다. 그리고 옷을 챙겨 입고 집 앞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오늘 본 영화에 자주 등장한 왜가리를 이곳 하천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괜스레 반갑다. 왜가리에 친근감을 느낀다.
역시 대도시가 좋다. 산책로가 정말 잘 되어있다. 섬에서는 걸을만한 곳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아무리 대도시가 복잡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다지만, 살기 좋은 것은 확실하다. 자주 걷던 길이지만,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다채롭게 변화하는 풍경이 아름답고 재미있다.
다음주는 어떻게 보낼까? 어떻게 살 것인가?